행운의 전령(행운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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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음인 설사에 좋은 밤

행운의 전령 2006. 5. 25. 21:02
태음인 설사에 좋은 밤


약 3000여년 전의 시를 모은 ‘시경(詩經)’에 ‘수지진율(樹之榛栗, 개암나무와 밤나무를 심는다)’이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동양에서는 매우 오래 전부터 밤나무를 길렀음을 알 수 있다.

따뜻한 성질이 있는 밤나무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물빠짐이 좋고 햇빛이 잘 드는 온대지역에서 잘 자란다. 뿌리는 심근성(深根性)이므로 가뭄에 잘 견디고 거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또한 지하수가 높으면 밤나무는 오래 살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밤나무는 화강암지대인 우리나라 기후풍토에 적합한 식물로 예부터 우리나라 밤이 유명했다. 한편 밤나무는 한번 심은 다음 옮겨심기를 자주 하면 좋지 않다.

  •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우리나라 토종밤
    흔히 재래종 밤은 작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 밤은 무척 컸다고 한다. 중국에서 편찬된 진수(陳壽, ?∼279)의 ‘삼국지(三國志)’, 범엽(范曄, 398∼445)의 ‘후한서(後漢書)’, 위징(魏徵)의 ‘수서(隋書)’, 이연주(李延壽)의 ‘북사(北史)’ 등에는 우리나라(馬韓, 백제) 밤의 크기가 배(梨)와 비슷하다고 했다. 동양 최고의 식물학사전인 ‘본초강목’에도 우리나라의 밤이 매우 큰데 크기가 계란만다고 했다.

    ‘세종실록’<지리지(地理志)>에 따르면 공주와 논산군 은진면 토질이 밤나무에 매우 좋다고 하였고, 성현의 ‘용재총화’에서는 밀양의 밤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고 맛이 좋다고 하였으며,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밀양, 상주 사람들이 밤으로 다식을 잘 만든다고 하였다.

  • 신주(神主)는 밤나무로 만든다
    보통 식물은 종자에서 싹이 나올 때 겉껍질을 밀고 올라오거나 땅속에 껍질을 남겨두고 나온다. 하지만 밤나무는 그렇지 않아 겉껍질이 오래도록 썩지 않은 채 밤나무 뿌리에 붙어 있다. 이런 까닭에 밤나무는 근본, 즉 조상을 잊지 않는 나무로 인식되어 제사상에 밤을 올리고 조상의 신주를 밤나무로 만든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세종실록’의 <오례의(五禮儀)>에서도 신주와 위패는 밤나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밤은 퍼지는 기운이 강하다.
    밤꽃 냄새는 남성의 정액 냄새와 비슷하고 멀리 퍼져나간다. 또한 밤송이의 날카로운 가시는 강함의 상징이며 알밤은 익으면 밤송이를 터트리고 나온다. 그래서 사상의학에서는 밤이 따뜻한 기운과 퍼져나가는 기운(呼散之氣)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간장이 크고 폐장이 작은 태음인은 폐장의 호산지기가 부족해지기 쉽다. 이때 밤을 먹으면 폐장의 위기(胃氣)를 열어 음식을 잘 소화시킨다고 보았다.

  • 효능
    밤은 신장에 좋은 과일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맛이 짜고 성질이 따뜻하며 무겁고 실해서 신장으로 들어가 기를 보강하기 때문이다. 또 위기(胃氣)가 허약해 요각(腰脚)이 약해진 경우와 배가 꾸룩거리며 나는 설사에 매우 좋기 때문에 한기로 인한 설사에 불에 구운 밤 20∼30톨을 먹는다. 신장은 대변을 주관하는데 밤이 신장에 잘 통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신장이 허약해 생기는 요각무력(腰脚無力)에도 좋다. 또 바람에 말린 밤이 햇볕에 말린 것보다 낫고 불에 굽거나 기름에 볶은 것이 삶거나 찐 것보다 좋으며, 반드시 잘 씹어 타액과 함께 삼켜야 유익하다.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비장이 상할 수 있다.

    뜨거운 햇볕에 건조시킨 밤을 먹으면 하기보익(下氣補益)이 잘 되지만 그렇지 않은 밤을 먹으면 목기(木氣) 때문에 보익되지 않는다. 진이 나올 정도로 불에 구우면 목기가 없어져 보익이 잘 된다. 날로 먹으면 기가 발(發氣)하고 삶거나 찌거나 볶아서 먹으면 오히려 기를 막기 때문에 풍수병(風水病)을 앓는 환자는 먹으면 좋지 않다. 이는 밤의 짠맛이 수기(水氣)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밤을 분말로 만들면 마름이나 가시연밥보다 좋지만 어린아이에게 주면 치아가 잘 나오지 않게 된다. 따라서 어린아이는 밤을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날로 먹으면 소화가 어렵고 익혀 먹으면 기가 막혀 밥을 거르게 되기 때문이다.

  • 보관방법
    서리가 내리면 밤이 익는데 밤송이가 저절로 터져 밤이 떨어진 것은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으나 밤송이가 벌어지지 않은 것은 쉽게 부패된다. ‘산림경제(山林經濟)’(1715)에서는 ‘밤은 저절로 떨어진 것을 주워야지 일부러 밤송이를 벗긴 것은 좋지 않다. 서리 내린 뒤에 물속에 밤을 넣어 뜨는 밤은 버리고 가라앉은 밤만 건져 물기를 닦아 햇볕에 잠깐 넌다. 깨끗한 모래를 볶아 식힌 다음 새 사기그릇에 모래와 밤을 층층이 9분 정도 놓는다. 그리고 대껍질이나 잎으로 한 켜 덮고 쪼갠 대를 가로질러 누른 뒤 깨끗한 땅 위에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놓고 황토로 대충 봉했다가, 필요에 따라 조금씩 꺼내 쓰되 술기운을 가깝게 하지 않으면 이듬해 봄까지도 상하지 않는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