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 내 영혼의 빈터 "
언제부턴가 강을 찾게 되었다. 강을 따라 길을 걸으면 수많은 의미를
만나게 된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은빛 물결, 제 슬픔에 못 이겨 떠도는 풀잎을 그 위로 떠도는 영혼들. 찔레꽃 위로 산산이
부서지는 붉은 노을. 이곳에 오면 이런 모든 것들이 하나의 의미로 되어 살아있다. 은빛 강변에 서 있는 나무에 기대보면 나도 어느덧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친구와 이야기하다 그의 가슴속에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그의 가슴에 서 있는
나무의 잎이 흔들릴 때 그의 눈동자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나의 가슴속에도 이처럼 빛나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을까? 내 영혼의 빈터에 숨어 있는 나무 한 그루, 강변에 홀로 서서 은빛으로
떨고 있는 나무에게서 나는 영혼의 빈터를 느꼈다. 강변에 서 있는 나무에게서 세월만큼 오랜 또 다른 강이 흐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버리고 간 영혼의 파편들이 떠다니는 깊고 푸른 강이 … 몇 해전 강을 따라 길을 걸었다. 강을 시작을 찾아 산길을
헤매다, 문득 세상의 모든 강의 시작은 하늘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날, 산실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잠든 후에도
강은 흐르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 멀어지는 그대의 깊은 속마음처럼 나는 그 도도함에 쓰리고 아프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강가에 부서지는 별 빛속에 다 들어 있는 것을 나는 강가에 숨어 있는 별 중에 가장 못나고 여린 별 하나를
가슴에 담았다. 품이 따뜻해졌다. 별은 깊이 잠들고 내가 나를 안고 있었다. 겨울눈과 이팜나무의 하연 꽃잎 강변의 나무는
쓸쓸하고 행복하다. 찔레꽃 피는 강 그리움이 떨어진 자리 위에도 찔레꽃 한 뭉큼 피었습니다. 나는 이처럼 맑게 빛나는 하얀 꽃을
안고 강가로 달려갔습니다. 찔레꽃 가시에 찔려 가슴에 붉은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른
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