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전령(행운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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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은 식물의 노폐물

행운의 전령 2006. 5. 26. 01:20
양념은 식물의 노폐물

 
사람은 밥만 먹고 못산다. 삶에 넉넉함과 남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고, 음식에는 양념(spice)이 들어가야 맛깔이 난다는 뜻이다. 고추, 마늘, 생강, 파, 양파, 부추, 후추, 설탕, 깨소금 등 우리가 쓰는 양념거리만 해도 그 수를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다.

총중(叢中)에 고추가 으뜸이다. 반찬이란 온통 고추 칠갑을 하지 않았는가. 일주일만 고추(가루)를 못먹으도 단방에 난리가 난다. 지금도 ‘고추장’ 하니 군침이 입 안에 돈다. 아무튼 사람이 다른 것은 다 바뀌어도 어릴 때의 입맛(양념 맛)은 그대로니 외국에 살아보거나 오랜 해외여행을 해보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아, 이 변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 혓바닥이여!

마르코폴로, 마젤란, 콜럼버스의 대탐험도 알고 보면 모두가 양념을 찾아 헤맸던 것이며 그 결과 신대륙의 발견은 물론이고 세계지도를 새로 그리게 됐던 것이다. 가는 곳마다 여태 보지 못했던, 양념거리가 될 만한 씨앗은 반드시 모두 챙겨가서 심었다.

양념감은 주로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顯花植物)의 꽃, 뿌리, 과일, 씨앗, 줄기, 껍질에서 얻는데 이 물질은 모두가 식물의 물질대사의 결과 생긴 이차산물(二次産物)이다. 다시 말하면 늙은 식물세포일수록 커지는 액포(液胞·식물의 배설기관) 속에 넣어둔 일종의 노폐물(老廢物)이다. 하지만 이 화학물질은 곤충이나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기생충, 고등동물에 대한 자기보호(방어) 역할을 한다. 양념이란 바로 식물의 똥오줌이면서 딴 생물로부터 먹힘을 막는다. 아무튼 인간은 가림없이 엄청나게 먹어대는 먹새 좋은 동물이다.

사실 양념(향료)이란 음식의 색을 내고, 향으로 잡내를 없애는 일 말고도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소가 들어있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식물(食物)에 갖가지 양념(조미료)을 넣어 먹는 것이리라. 원래는 식물(植物)들이 대사부산물을 세포에 넣어두어서 다른 해충이나 병원균의 침공을 막자고 하는 것인데, 사람은 이런 양념을 음식에 섞어서 영양분을 얻을 뿐더러 다른 세균이나 곰팡이의 번식을 막는 데 쓴다.

그래서 동남아나 대만, 중국 등지의 더운 지방일수록 여러 가지 양념을 쓰고 또 그 농도가 짙어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체머리를 흔든다. 죽인다고 해도 먹지 못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남쪽 지방의 음식은 무척 짜고(소금도 일종의 양념으로 세균을 죽인다) 매우며 방아풀이나 산초나무, 초피나무 같은 냄새 짙은 열매가루를 물김치, 겉절이, 순대에도 넣어먹는다. 그래서 양념은 절대로 향이나 색깔, 맛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음식의 썩음을 막는 방부제 역할을 하는 것임을 알자.

그리고 ‘십 리만 떨어져도 물과 바람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하여 우리 집사람은 방아풀이나 산초, 제피를 먹지 않고 자랐기에 요리에 그것을 쓰지 않는다. 때문에 필자는 애통케도 그 맛을 잃고 살아간다. 경북의 청송과 경남의 산청이 어디 그리 먼 곳인가. 그래도 입맛은 이렇게 사뭇 다르다. 여러 사연이 있겠지만 가능한 한 같은 민족과 또 동향인(同鄕人)끼리 혼인을 하려드는 것도 무엇보다 동류(同類)의 먹이문화를 갈구하는 소치다. 따지고 보면 요놈의 간사한 혓바닥이 나라를 나누고 지역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