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전령(행운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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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魔球)의 비밀

행운의 전령 2006. 5. 17. 23:29

마구(魔球)의 비밀

‘마구의 비밀’ 108개 실밥에 있다


박명환(두산·직구)과 조용준(현대·슬라이더), 김원형(커브), 김영수(포크·이상 SK), 유동훈(기아·싱커), 개리 레스(두산·체인지업) 등 현역 최고의 주무기들을 자랑하는 이들을 하나로 합치면 어떤 투수가 나올까.

둘레 23㎝, 무게 145g인 야구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의 미트에 닿기까지 0.5초 안팎 찰나에 일으키는 변화는 현란하다. 투수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는 18.44m. 실제로 공이 움직이는 거리는 그보다 짧은 17m 남짓이지만 그 공간에 도사리고 있는 무수한 변수가 야구의 묘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직선은 없다=흔히 말하는 직구(直球)는 본고장 미국에서는 ‘패스트(fast) 볼’이라고 부르며 종류도 다양하다. 직선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위·아래, 좌·우로 조금씩 꿈틀거리는 ‘변화구’다. ‘볼끝이 좋다 또는 살아있다’는 표현은 그 때문이다. 비밀은 공 표면의 가죽 2조각을 이어붙이는 108개의 실밥(seam)에 숨어있다. 실밥을 잡는 그립에 따라 구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그립 포심(four seam)은 전통적인 직구를 던지는 방법이다. 실밥과 직각으로 검지와 중지를 걸치게 해 네 줄의 실밥이 공기저항을 받으며 날아간다. 강한 힘으로 역회전이 심하게 걸린 포심은 간혹 홈플레이트 앞에서 솟아오르기도 한다. 한때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던졌던 시속 150㎞ 중반의 직구는 상당수가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투심(two seam) 패스트볼은 검지·중지를 실밥과 나란히 잡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받는 실밥은 두 줄뿐이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약간 떨어지는 특 징이 있다. 최근 박찬호의 직구는 포심에서 투심으로 바뀐 ‘싱킹 패스트볼’이다. 전보다 힘이 떨어졌다는 얘기.

투심과 같은 그립으로 잡지만 던질 때 중지에 힘을 주면 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인 컷 패스트볼이 된다. 투심보다 손가락의 간격을 넓혀 잡으면 스프릿 핑거 패스트볼. 스플리터 또는 SF볼, 반포크 등으로도 불린다. 국내 투수 중 정민태(현대)가 SF볼을 가장 잘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력과 회전=중력을 이용해 더 급격한 각을 그리며 떨어져 낙하하도록 던지는 것이 변화구(breaking ball)다. 그립은 물론이고 손목과 팔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브레이크를 만들어낸다. 브레이킹 볼의 대표적인 것이 커브. ‘예술’이라는 김원형과 최원호(LG)의 커브는 낙차가 커 타자 머리 높이를 향하는 것 같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무릎 쪽으로 뚝 떨어진다. 낙차로 말하자면 포크볼을 빼놓을 수 없다. 커브는 손목을 비틀어 던지는 반면 투심을 벌려쥔 그립 형태의 포크는 직구를 던지는 모습과 흡사하다. 노모 히데오(LA)는 포크볼 하나로 메이저리그 신인왕에 올랐고 국내에서는 김영수가 최고로 평가된다.

명품으로 평가되는 조용준의 슬라이더는 홈플레이트의 약 60㎝ 앞에서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나가기 때문에 감을 잡기가 힘들다. 박명환의 슬라이더는 조용준에 비해 낙차와 각이 큰 것이 특징. 커브와 슬라이더의 중간인 ‘슬러브’에 가깝다.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하고 나머지 세손가락으로 공을 감싸는 서클 체인지업은 레스와 조웅천(SK)이 최고다. 직구와 똑같은 폼으로 던지지만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진다. 체인지업은 아니지만 박지철(롯데)은 시속 120~140㎞의 다양한 직구를 던져 타자를 현혹시키기도 한다. 아예 회전을 없앤 너클볼과 팜볼도 있다.

〈안호기기자 haho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