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전령(행운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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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ㆀ_ _)┐건강/건강을 위한 차(주법.음료)

주도유단(酒道有段)

행운의 전령 2006. 5. 24. 21:07

술을 한자로는 酒라고 적습니다.
삼수변에 닭유를 써서 술 주酒가 완성됩니다.

이 술 주酒, 글자를 파자법으로 풀이하자면,

닭酉이 물水을 마시듯 조금씩 마셔라라고도 해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폭음하는 습관으로 인한 휴유증이 만만치 않죠.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했지만 人命在酒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술에 관한 글은 변영로의 수필집 '명정40년'과
'승무'의 작자 시인 조지훈의 수필 '주도유단'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한학에 조예가 깊었던 조지훈의 몇 개의 수필은 국한문 혼용체이라
요즘 세대에 이해가 쉬울지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주도유단'의 원문에 한글 음토를 병기했습니다.

주도유단(酒道有段)
주도(酒道)에도 엄연히 바둑이나 장기처럼 급(級)과 단(段)이 있다.

 

술을 마시면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현사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酒力(주력)을 당장 알아낼 수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주격(酒格)이 높아지지 않는다.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마신 연륜이요,

둘째 마신 기회가 문제이며,

네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있다.

 

 

음주에는 무릇 18의 계단이 있다.

1.부주(不酒)...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외주(畏酒)...술을 마시긴 마시나 겁내는 사람.

3.민주(憫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은주(隱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

5.상주(商酒)...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있속이 있을때만 술을 내는 사람.

6.색주(色酒)...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수주(睡酒)...잠이 안와서 술을 먹는 사람.

8.반주(飯酒)...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학주(學酒)...술의眞境(진경)을 배우는 사람(酒卒)

10.애주(愛酒)...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酒徒)​

11.기주(嗜酒)...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酒客)

12.탐주(耽酒)...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酒豪).

13.폭주(暴酒)...주도를 수련하는 사람(酒狂).

14.장주(長酒)...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酒仙)

15.석주(惜酒)...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

16.낙주(樂酒)...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

17.관주(觀酒)...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

18.폐주(廢酒):涅槃酒(열반주)...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부주,외주,민주,은주는 술의 진경 ,진미를 모르는 사람이요,

상주,색주,수주,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를 모는 사람들이다.

학주의자리에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이하는 척주(斥酒) 반주당들이다.

애주,기주,탐주,폭주는 술의 진미.진경을 오달한 사람이요.

장주,석주,낙주,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 번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차례로 올라 가서 열반주가 9단으로 명인급이다 .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없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에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만을 확호한 것이니 유단의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 금이 들것이요,

수행년한이 또한 기십 년이 필요할 것이다.(단 천재는 차한에 부재한다)

 

현대 주도유단(酒道有段)의 음주 9계단

 

요즘 바둑열이 왕성하여 도처에 기원(棋院)이다.

주도열(酒道熱)은 그보담 훨씬 먼저인 태초 이래로 지금까지 쇠미(衰微)한 적이 없지만

난세(亂世)는 사도(斯道)마저 타락케 하여 질적 저하가 심하다.

내 비록 학주(學酒)의 소졸(小卒)이지만

아마투어 주원(酒院)의 사절(師節)쯤은 능히 감당할 수 있건만

20年 정진에 겨우 초급으로 이미 몸은 관주(觀酒)의 경(境)에 있으니

돌돌 인생사(人生事) 한(恨)도 많음이여!

술 이야기를 써서 생기는 고료는 술마시기 위한 주전(酒錢)을 삼는 것이 제격이다.

글쓰기보다는 술 마시는 것이 훨씬 쉽고 글 쓰는 재미보다도

술 마시는 재미가 더 깊은 것을 깨달은 사람은 글이고 무엇이고 만사휴의(萬事休矣)다.

술 좋아하는 사람 쳐놓고 악인이 없다는 것은 그만치 술꾼이란

만사에 악착같이 달라붙지 않고 흔들거리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모든 일에 야무지지 못하다.

음주유단(飮酒有段)! 고단(高段)도 많지만

학주(學酒)의 경(境)이 최고경지(最高境地)라고 보는 나의 졸견(拙見)은

내가 아직 세속의 망념을 다 씻어 버리지 못한 탓이다.

주도(酒道)의 정견(正見)에서 보면 공리론적(功利論的) 경향이라 하리라,

천하의 호주(好酒) 동호자(同好者) 제씨의 의견은 약하(若何)오.

1956년 東卓 趙芝薰 (1956년 3월 "신태양" 에 기고한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