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의 요청
내 뒤에서 날아오던 백로가
나더러 자기를 찍어달라는 듯이 울어댄다.
날아달는 것도 부러운데
전선줄 위에서 날개도 펼쳐서
부리로 손질하다니 한 폭의 그림일세.
하천에서 하는 몸짓보다
높은 전선줄 위에서 하는 몸짓이
더욱 아름답고 매력이 있다.
머리에 두 가닥 털이 있는 것이
넌 쇠백로구나.
직박구리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쇠백로의 아름다움을
더욱더 돋보이게 한다.
넌 날 따라오느라
나무 위가 아닌 전선 줄에 있구나
감전되기 전에 빨리 내려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