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사랑은 아니라도 아내가 끓이고 있는 된장찌개 냄새를 좋아하고 간혹 그릇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아름답게 들리는 삶은 어떨까요. 간혹 다투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마주 앉아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함께
있는 자체를 감사하는 삶은 어떨까요. 날마다 달마다는 아니지만 생일날 한 번, 속옷 내놓으면 마냥 기뻐하여 다음
생일 때까지는 선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어떨까요. 이사갈 것 같지는 않지만 간혹 '우리 시골집으로 이사
갈까'하면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꿈꿔 보는 삶은 어떨까요. 복권이 당첨되어 형편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아끼고 모아 작은 오디오라도 장만하여 그 소리에 일 년 동안 감탄하는 삶은 어떨까요. 종일
햇볕이 드는 건 아니지만 한낮에 잠시라도 햇볕이 들면 '아! 햇볕 좋다'하며 창문 열고 이부자리 말리며 행복해 하는 삶은 어떨까요.
전화 통화를 다 듣는 건 아니지만, 옆에 있다 간간이 들리는 말을 듣고 누군지 물어보고,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함께 기뻐하고, 같이 걱정하는 삶은 어떨까요. 먼 나라 찾아가는 여행은 아니지만 귤 네 개, 커피 두 잔,
물 한 병 배낭에 넣고 가까운 산에라도 올랐다 내려오면서 '욕심 버리고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 보는 삶은
어떨까요. |